“인천 전통시장에 가면 뭘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주말마다 시장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들어오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포동 닭강정 거리나 차이나타운 짜장면을 떠올리지만, 정작 인천 토박이들은 그보다 더 안쪽, 시장 골목 끝자락에서만 찾을 수 있는 숨은 분식과 제철 재료를 찾아 다닌다. 주말마다 시장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필자의 눈에 비친 인천 전통시장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간판보다는 허름한 좌판과 오래된 주방에서 나오는 깊은 맛에 있다.
신포시장과 송월시장, 그리고 구월시장과 소래포구 전통시장은 모두 저마다의 다른 성격을 가진다. 신포시장이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진 전투적인 먹거리 중심이라면, 송월시장은 골목 자체가 좁고 오래된 주택가와 맞닿아 있어 그 동네 사람들을 위한 가게들이 주를 이룬다. 구월시장은 규모가 크고 주차가 편리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소래포구 전통시장은 제철 해산물이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어떤 시장을 가느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유형별로 접근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관광객이 자주 빠지는 실수는 두 가지다. 첫째는 가장 유명한 골목만 쭉 따라가다가 줄이 긴 가게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 정작 그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는 덜 알려진 음식은 놓치는 것이다. 둘째는 시장 입구에서 배를 채우는 것이다. 시장은 입구보다 안쪽일수록 원래 가격에 가깝고 양도 넉넉하다. 특히 신포시장은 입구 쪽 노점보다 30미터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도 가격이 달라지는 가게가 많다. 통닭 하나를 사도 입구 쪽은 튀김옷 위주로 양이 적고, 안쪽은 닭다리와 날개가 제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음식이라도 선택하는 위치에 따라 만족감이 판이하게 다르다.
신포시장의 닭강정 거리 뒤편으로 돌아가면 작은 골목이 하나 나온다. 그 골목 안쪽에는 30년 가까이 문을 연 분식집이 있다. 이곳의 쫄면은 면이 익는 정도를 조절해 식감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 그 동네 단골들의 설명이다. 유명한 쫄면 가게들의 비법이 양념장에 집중되어 있다면, 이 집은 식초와 설탕의 비율을 계절에 따라 바꾼다. 여름에는 식초를 더 많이 넣고, 겨울에는 약간 단맛을 올린다. 시장 상인들의 오래된 입맛이 만든 변화인데, 이런 세세한 차이가 골목 안쪽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송월시장은 인천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다. 이 시장의 안쪽 골목에는 오전 11시가 지나면 문을 닫는 가게가 있는데, 그 집의 누룽지 백숙은 이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찹쌀밥을 바닥에 눌러 만든 누룽지를 닭백숙 국물에 말아 먹는 방식인데, 국물이 끓는 상태에서 누룽지를 넣으면 금방 풀어져 버리기 때문에 조금씩 넣어가며 먹어야 한다. 관광객에게는 생소한 먹는 법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시장을 찾는 토박이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해 매주 찾는다.
구월시장은 로데오 거리와 가까워 젊은 층이 많다. 이곳의 특징은 오래된 음식과 새로운 음식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시장 본관 건물 안쪽에는 옛날 방식 그대로인 떡볶이 가게가 있고, 뒤쪽 통로에는 최근 들어선 튀김 전문점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두 가게 모두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장에서 사온 어묵과 같은 식용유를 사용하면서도 가게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각 가게의 육수 베이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된다.
소래포구 전통시장은 제철 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이 시장의 유명한 가게들보다는 바닷가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해산물을 판매하는 좌판이 나온다. 이곳 상인들은 어종에 따라 맛이 가장 좋은 시기를 정확히 안다. 봄에는 도다리,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굴이 가장 맛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좌판에서 주는 부가 정보가 더 유용하다. 예를 들어 같은 굴이라도 바닷물 온도가 오르는 시기에는 비린내가 강해지므로 요리 방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는 식의 조언이다. 이런 정보는 인터넷 검색으로는 얻기 어렵다.
시장을 찾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인천의 전통시장은 대부분 화요일과 수요일에 쉬는 가게가 많다. 특히 구월시장과 송월시장은 주말과 공휴일에도 중간에 문을 닫는 가게가 있으므로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전통시장의 화장실은 대부분 시장 관리사무소 건물에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시장 입구에 있는 화장실은 항상 줄이 길지만, 안쪽 관리사무소 옆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덜 붐빈다. 이는 시장을 자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꿀팁이다.
전통시장 골목 미식의 즐거움은 결국 배회에서 나온다. 목적지를 정해 놓고 바로 직행하는 방식은 이 시장들의 매력을 절반도 느낄 수 없다.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가게 앞에 놓인 재료를 살펴보고, 상인들이 무심코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빠른 정보 습득 방법이다. 특히 오전 시간에 시장을 찾으면 상인들끼리 점심 메뉴를 정하는 대화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화 속에 진짜 맛집 정보가 들어 있다. 주말 오전의 시장은 혼잡하기 전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인천 전통시장의 매력은 결국 사람이다. 오래된 가게일수록 그 가게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국물에 배어 있다. 유명한 음식보다는 골목 안쪽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조용한 가게에서 그 지역의 진짜 맛을 만날 수 있다. 시장을 찾을 때는 빈손보다는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긋하게 걷는 것이다. 조급하게 먹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분위기를 천천히 음미하며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그때 비로소 인천 토박이들이 꾸준히 찾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시장 골목의 미식은 결코 유명 간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골목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깊은 맛이 진짜 정답이다.